감각적인 이미지와 음악 활용으로 많은 마니아 층을 거느리고 있는 로맨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Luca Guadagnino)가 작년 HBO와 함께 발표한 드라마 시리즈 ‘위 아 후 위 아’가 현재 왓챠(WATCHA)를 통해 서비스 중이다.

전작에서 보여준 특출난 선곡 솜씨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John Adams(존 애덤스) - ‘Ensemble: I Was Looking at the Ceiling and Then I Saw the Sky’

미국의 클래식/오페라 작곡가 존 애덤스는 루카 구아다니노가 꾸준히 편애를 드러내온 아티스트다.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을 주연으로 내세운 세 번째 장편 영화 '아이 엠 러브'에 존 애덤스가 기존에 만든 곡들을 자잘하게 배치해 그의 이름을 음악감독 크레딧에 올렸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오프닝 크레딧엔 ‘Hallejuah Junction’을 인용한 바 있다.

'위 아 후 위 아'에서도 존 애덤스의 선율을 향한 루카 구아다니노의 애정은 여전하다.

프레이저(잭 딜런 그레이저)가 군인 간부인 엄마, 그의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에 도착해 아직 오지 않은 짐을 기다리다 공항을 나서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앙상블 'I Was Looking at the Ceiling and Then I Saw the Sky'를 배치했다.

다채로운 악기들이 뒤섞이면서 화음을 만드는 곡은, 낯선 공간에 도착한 혼란 혹은 기대처럼 들린다.

그 외에도 8개 에피소드 곳곳에 다양한 분위기의 존 애덤스 곡들이 자리하고 있다.

Devonté Hynes(데번테 하인즈) - ‘Body of Me’

'위 아 후 위 아'의 음악감독은 많은 이들에게 블러드 오렌지(Blood Orange)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할 데번테 하인즈다.

현대음악의 거장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와 여러 차례 협업한 바 있는 데번테 하인즈는 지아 코폴라(Gia Coppola) 감독의 2016년 작 '팔로 알토'로 영화음악 신고식을 치렀다.

그가 만든 소품 같은 스코어들 가운데 가장 먼저 관객들의 귀를 간질이는 건 'Body of Me'다.

군부대에 도착해 학교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어떤 목소리를 듣자마자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앞으로 프레이저와 함께 '위 아 후 위 아'를 이끌어갈 케이틀린(조던 크리스틴 시몬)이 수업 중에 시를 낭송하고 있다.

인물들이 누군가에게 첫 눈에 매혹되는 걸 드러낼 줄 아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작품이라는 걸 깨닫게 하는 이 짤막한 신에서 불규칙적으로 떨리는 가슴처럼 반짝이는 'Body of Me'의 멜로디는 프레이저가 케이틀린에게 목소리만으로도 반해버렸다는 걸 보여준다.

곡 목록
위아후위아 (We Are Who We Are) OST 대표이미지 곡정보

Body of Me

Devonte Hynes

위아후위아 (We Are Who We Are) OST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Anna Oxa(안나 옥사) - ‘A lei’

프레이저는 케이틀린과 그의 친구들 주변을 맴돌다가 부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까지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금방 그에게 친구가 생기진 않는다.

케이틀린의 무리가 바다에서 즐겁게 놀고 있을 때, 프레이저는 그 근처를 두리번대다가 결국 혼자 걸어서 집으로 돌아간다.

내리쬐는 햇볕에 점점 지쳐갈 때 즈음 바깥에서 옷을 만들고 있는 한 부부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이 틀어놓은 음악의 볼륨을 키워 어떤 노래인지 검색하고선 너무나 자연스럽게 몸을 흔든다.

1978년 데뷔한 이래 2010년까지 꾸준히 활동한 이탈리아 가수 안나 옥사의 'A lei'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북부를 배경으로 한 루카 구아다니노의 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통해 80년대 이탈리아 가요의 매력을 알게 됐던 이들이라면 번뜩 귀가 뜨일 만한 반가운 선곡이 아닐 수 없다.

곡 목록
Oxa 대표이미지 곡정보

A Lei

Anna Oxa

Oxa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Klaus Nomi(클라우스 노미) - ‘Keys of Life’

첫 번째 에피소드가 프레이저의 동선을 따라갔다면, 다음 에피소드는 그 시간대를 케이틀린의 시점으로 보여준다.

이른 아침, 케이틀린은 아빠(키드 커디)를 따라 배를 타고 그의 일을 돕는다.

그 과정을 수식하는 음악이 클라우스 노미의 'Keys of Life'다.

마치 에피소드 2의 문을 여는 것처럼, 뉴웨이브 사운드와 오페라를 결합한 음악 세계를 보여준 독일 뮤지션 클라우스 노미의 데뷔 앨범(프레이저의 방에 이 앨범이 무려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첫 머리에 자리해 그의 범상치 않은 음악을 각인시켰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아버지를 돕는 케이틀린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인용이지만, 아티스트의 개인사를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로운 구석을 발견할 수 있다.

음악만큼이나 독특한 외모와 퍼포먼스 게이 컬쳐의 아이콘으로 얼굴을 알렸던 클라우스 노미는 1983년 39세의 나이에 AIDS로 세상을 떠나,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최초의 유명인사 중 하나로 회자된다.

2부의 오프닝뿐만 아니라 '위 아 후 위 아'에서 클라우스 노미의 음악은 여러 차례 쓰였는데, 이렇게 두드러진 인용은 이 드라마가 제 정체성에 맞는 사랑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 무게를 더한다.

Blood Orange(블러드 오렌지) - ‘Time Will Tell’

'위 아 후 위 아'에 비단 데번테 하인즈의 오리지널 스코어만 쓰인 건 아니다.

블러드 오렌지의 'Time Will Tell'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프레이저와 케이틀린이 나란히 누워 트랜스젠더에 대해 찾아볼 때, 프레이저가 바람을 뚫고 학교에 갈 때, 프레이저가 케이틀린이 남자인 것처럼 보이게 분장을 도와줄 때도 'Time Will Tell'이 흐른다.

심지어 부대 식당에서 두 사람이 'Time Will Tell'를 피아노로 치다가 같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판타지 신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기도 한다.

'Time Will Tell'는 블러드 오렌지의 두 번째 앨범 [Cupid Deluxe]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트랙이다.

수많은 악기들을 직접 연주해 멀티 플레이어로서 실력을 제대로 뽐내는 앨범 중에서 'Time Will Tell'는 유독 게스트들의 참여가 돋보인다.

특히 당시 연인이었던 사만다 어바니(Samantha Urbani)의 보컬이 인상적인데,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노래라, 프레이저와 케이틀린이 함께 보낸 어느 여름의 사운드트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The Rolling Stones(롤링 스톤즈) - ‘Wild Horses’

'위 아 후 위 아'는 꽤나 느슨한 리듬으로 흘러간다.

특히 프레이저와 케이틀린이 전역을 앞둔 군인들과 함께 러시아 별장에서 파티를 벌이는 네 번째 에피소드는 거의 술과 약에 취한 것처럼 흐느적대듯 진행된다.

파티에 음악이 빠질 순 없는 터라, 10대들이 정신 놓고 즐길 만한 힙합 트랙들이 쏟아지듯 나오는데, 이 파티 시퀀스의 진면목은 대낮의 힙합 구간이 끝나고 한밤 중에 롤링 스톤즈의 'Wild Horses'가 흘러나올 때다.

프레이저는 소파에 엎드리고선 풀린 눈으로 겨우 가만히 앉아만 있는 케이틀린을 쳐다보고, 나머지 사람들은 계속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롤링 스톤즈의 노래 가운데서도 유독 블루스의 끈적한 분위기가 강한 'Wild Horses'가 흐르고 있어 기묘한 분위기가 한껏 도드라진다.

대개 음악들이 1분이 채 넘지 않는 분량으로 사용되지만 'Wild Horses'는 거의 3분 내내 별장 안에 울려 퍼진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야심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Radiohead(라디오헤드) - ‘House of Cards’

프레이저는 평소 엄마와 가깝게 일하는 요나탄 소령(톰 메르시에)과 점점 친해진다.

아니, 어쩌면 프레이저는 실수로 들어간 목욕탕에서 나체의 요나탄을 본 그 순간부터 그에게 반했을 것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케이틀린의 친구들에게 외면당한 프레이저는 요나탄을 찾아간다.

속옷만 입은 채 프레이저를 맞이하는 요나탄과 여자친구는 라디오헤드의 앨범 'In Rainbows'를 듣고 있다.

'Reckoner'가 끝나고 'House of Cards'가 이어지자 분위기가 금방 야릇해진다.

무심히 둥당거리는 기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스트링, 나른한 보컬을 읊조리는 톰 요크(Thom Yorke)의 목소리까지, 세 사람이 있는 방 안에 관능이 부풀어 오른다.

요나탄의 여자친구는 유혹하듯 몸을 흔들고, 예감했던 것처럼 요나탄이 프레이저에게 다가와 그의 옷을 벗기자, 프레이저도 그 분위기에 그대로 빠져들 것 같더니만, 결국 옷가지를 챙겨 도망쳐 나온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다음으로 만든 영화 '서스페리아'의 음악을 라디오헤드의 프론트맨 톰 요크에게 맡긴 바 있다.

곡 목록
In Rainbows 대표이미지 곡정보

House Of Cards

Radiohead(라디오헤드)

In Rainbows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Prince(프린스) - ‘The Love We Make’

'위 아 후 위 아’의 대미를 장식하는 노래는 프린스의 'The Love We Make'다.

사실 이미 이 노래는, 케이틀린의 친구들과 함께 처음 바다에 간 날 프레이저의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적이 있다.

어쩌면 어느 순간 기대에서 완전히 지워졌을 법한 마지막 장면과 함께 하는 'The Love We Make'는 이 길고 복잡한 사랑 이야기의 근사한 엔딩 송으로 기능한다.

이 노래가 원전과 '위 아 후 위 아'에 배치된 방식도 꽤 비슷하다.

'The Love We Make'는 프린스가 워너 뮤직과의 기나긴 악연에서 벗어나서 처음 발표한, 러닝타임만 3시간에 달하는 대작 앨범 [Emancipation]의 마지막의 전곡을 차지하고 있다.

온갖 감정이 응축된 대장정과 같은 결과물의 피날레다.

프레이저와 케이틀린이 앞으로 만들어갈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곡 목록
Emancipation 대표이미지 곡정보

The Love We Make

Prince(프린스)

Emancipation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이 글에 소개된 곡들
곡 목록
아티스트 앨범 듣기 재생목록 내앨범 다운 영상 기타
I WAS LOOKING AT THE CEILING AND THEN I SAW THE SKY 대표이미지 곡정보

Ensemble - I was Looking at the Ceiling and then I Saw the Sky

John Adams(존 아담스)

I WAS LOOKING AT THE CEILING AND THEN I SAW THE SKY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위아후위아 (We Are Who We Are) OST 대표이미지 곡정보

Body of Me

Devonte Hynes

위아후위아 (We Are Who We Are) OST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Oxa 대표이미지 곡정보

A Lei

Anna Oxa

Oxa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The Cold Song (Remastered 2019) 대표이미지 곡정보

Keys Of Life (Remastered 2019)

Klaus Nomi(클라우스 노미)

The Cold Song (Remastered 2019)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위아후위아 (We Are Who We Are) OST 대표이미지 곡정보

Time Will Tell (Live at Club Locomotiv)

Blood Orange(블러드 오렌지)

위아후위아 (We Are Who We Are) OST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Sticky Fingers (Super Deluxe) 대표이미지 곡정보

Wild Horses (2009 Mix)

The Rolling Stones(롤링 스톤즈)

Sticky Fingers (Super Deluxe)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In Rainbows 대표이미지 곡정보

House Of Cards

Radiohead(라디오헤드)

In Rainbows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Emancipation 대표이미지 곡정보

The Love We Make

Prince(프린스)

Emancipation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문동명
글 문동명 (칼럼니스트)

모르던 걸 알게 될 때 의지가 생깁니다. 그 기운을 기대하면서 언제나 보고,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