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가사와 라이브로 음악 관계자들과 매니아들에 시선을 한몸에 받아왔던 쏜애플이 2집 [이상기후]로 돌아왔다. 1집 이후, 결과물적 공허와 공백이 길었던 만큼 2집 [이상기후]를 준비하는 과정은 상처와 고통의 기록이다. 그리고 이 기록을 여러분들과 가장 극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벅스에서 공개되는 이번 인터뷰는 이례적으로 음반 제작과 활동 전반에 관여했던 아티스트 담당자(A&R)(이하, "Q")와 쏜애플의 보컬 '윤성현'(이하, "A")의 담론을 가장 원초적인 형태 그대로 공개하려 한다. 작법에 근거한 기록들, 그리고 한 명의 작가로서 작품을 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왜 이토록 생에 대한 집착을 그려냈는지도.
Q. 편하게 이야기 합시다. 경어 쓸 필요도 없고 평소 대화하던 그대로. 일단 저녁은 뭐 드셨어요? 맛있는 것 드셨나?
A. 집에서 삼겹살 구워먹었어, 그리고 체리 사놓은 거 먹으려고 꺼내니까 곰팡이 피어있더라..대충 떼고 먹었는데 배 아프다..
Q. 생각해보니 나도 냉장고에 체리 있네, 한 달 전에 산 거.
A. 매실 되었을 듯..
Q. (웃음) 자 그럼, 식상한 질문부터 시작하죠. 드디어 2집 앨범 [이상기후]가 발매 되었습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A. 나왔네.
Q. 끝??
A. 시원합니다..
Q. 정말 소감 한 말씀이네..(웃음) 뭐 좋아, 자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번 앨범 제작, 사실 따지고 보면 작년부터 준비하긴 했잖아. 타이틀 곡인 낯선 열대의 경우엔 작년 여름이 끝날 무렵 나오기도 했고 꽤 긴 시간 공들여서 작업했는데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음...매 순간 순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친 기억밖에 없는데.. 그게 메타포로 나타난 거..? 생존이라는 화두 아래에서 곡 작업을 진행했는데 처음엔 정말로 살아남는 것에 대해 몰두하다 결국엔 곡 따라갔다고 해야하나? 뭐 그런거지. 사실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어..그냥 했을 뿐.

Q. 매 순간 순간이 너무 치열했나?
A. 치열하지 않아서 치열했다. 치열할 수 없어서 치열했고. 어떤 의미를 만들려고 곡을 만들었다기보다는 그냥 내가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결국 삶이란 것은 결과론에 묶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정밖에 없는 것이고. 길을 찾고 싶었지만 길이라는 건 그냥 내가 걸어가는 과정들일 뿐이었어. 그래서 앨범을 낸 지금도 막막해. 수없이 많은 과정이 앞으로 쌓여있다는 것에 질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돼. 결국 그게 살아있다는 거라고 생각해.
Q. 음.. 나는 옆에서 바라봤을 때 약간 이런 걸 느꼈어. 형은 지금 본인이 노래하고 있는 주제를 가장 강력하게 이야기하며 살아가는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을 매우 많이 받았어.
A. 그래서 짜증나, 결국 노래따라 가는 건데...딜레마지.. 어쨌거나 말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앨범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다시는 동어반복 하지 않으리라는 것.
Q. 그런 대답을 들으니 굉장히 다음 앨범이 궁금해진다..이제 막 2집이 나왔지만 말이야. 자 ,좋아 넘어가자. 이건 개인적으로 아주 궁금했던 건데 나는 쏜애플이 좋은 이유가 내 머릿속에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음악 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거든. 굉장히 중의적이잖아. 물론 이번 앨범도 중의적인 표현이 매우 많은 가사로 채워졌지만 전체적으로 나는 굉장히 직설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 그건 곡해받거나 와전되지 않은 형의 진심 그대로가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
A. 딱히 가사를 쓸 때 커다란 원관념 하나를 두고 그것을 에둘러서 표현하려는 비유의 작법을 사용하지는 않아. 내용보다는 이미지로 표현되고 그 문장이나 단어가 가지는 기호적인 측면이 무엇보다 크다고 생각해. 뭐 그래도 1집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관념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앨범은 커다란 하나의 키워드가 존재했다는 것에서 약간 달라졌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 누구나 자신의 의중이 곡해받는 건 매우 불쾌한 일이겠지. 앨범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내가 보고 있는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누군가에 대한 이질감이 발현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읽어내기 어려운 책으로 남고 싶어. 그럼에도 나를 누구보다 잘 읽어줄 사람에 대한 갈망은 멎지 않겠지. 그게 결국 외로움의 본질이고 외로움이란 창작의 큰 모티베이션이기 때문이야.
Q. 여전히 읽어내기 어려운 책으로 남고 싶다, 음...
A. 뒷부분이 더 중요한 건데. 결국 저런 모순들이 내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그것이 지금의 쏜애플의 음악으로 나오는 것.
Q. 누구나 쉽게 곡을 쓰고 가사를 쓰는 건 아니겠지만.. 내가 본 사람 중에선 형이 제일 온몸과 마음을 다해서 곡을 쓰고 가사를 쓴다고 느껴져. 진짜 모든 걸 다해서. 나는 사실 형의 글을 굉장히 매력 있고 특색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형이 말하고자,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노래로써 표현하는 이유는 뭐야? 그냥 글로써 남겨둘 순 없는 건가?
A. 세상에는 수십억의 사람이 있고, 살아가는 방식도 수십억 개라고 생각해. 그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방식을 결정할 때, 나는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 한다는 완전한 계산에 의해서 결정되지는 않았을 거야. 나의 경우에도 우연히 내 자신을 현시하는 게 음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갔을 뿐, 딱히 이유 같은 건 없어. 그리고 더 살아있다고 느끼는 삶의 방식을 찾는다면 음악을 하지 않을 거야. 그게 글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꼭 창작이 아니어도 삶의 충일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의 삶의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Q. 지금은 음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가장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거지?
A. 뭐 그렇다고 하자.
Q. 좋아, 그렇다면 다음 질문. 이번 앨범을 나타내는 문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거대한 세계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살아남기" 사실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야. 나는 지금의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끝없이 발버둥 치고 순간을 이겨내야 하는 것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거든. 그 점에 관해서 조금 풀어서 이야기를 해준다면?
A. 생존이라는 것에 2차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았어. '의미 있는 삶'이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는데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무언가는 하는 삶 말이야. 근데 그것보다 더 숭고한 것은 살아있음의 1차적인 의미라고 생각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살아남는 것. 그것만으로도 인간은 수많은 가능성을 내재할 수 있게 돼. 태어나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 자신이 선택해서 존재하게 된 것인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탄생의 순간 때문에 수없이 많은 관계와 사건들, 그리고 고통을 견뎌내며 살아야 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라는 것은 정말로 숭고한 것이며 그저 살아있음이라는 상태 이상도 이하도 필요 없는 것이 아닐까? 물론 사회화되어있는 사람들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가치화하지 않는 것이 매우 힘든 일 일지도 몰라.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봤을 때 결국 그 의미와 가치들이 우리의 목을 조르고 생존을 방해하는 것들이지.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살아남기".

Q. 매우 좋은 이야기지만 나로서는 매우 슬프게 들리는 이야기다.. 자 그럼, 다음은 뜬금없는 질문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윤성현에게 톰요크(Thom Yorke)란?
A. 일종의 스승이며 아버지이자 뮤즈,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오징어.
Q. 오징어라니..(웃음)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는 존재라는건가.
A. 직접적인 말이면서 동시에 메타포야. 마음대로 생각해도 좋아.
Q. 그렇다면 피쉬만즈(Fishmans)는?
A. 마찬가지인데, 라디오헤드(Radio Head)의 경우에는 자신과 같은 음악을 만난 경이와 구원감이 컸다면 피쉬만즈 특유의 낙천적인 감각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이라는 것에서 차이를 보여. 그래도 대가들의 핵심은 일맥상통하고 그 부분에서 많은 감흥을 얻었지.
Q. 솔직히 나는 형이 낙천적인 감각이 없다고 느끼진 않은 것 같은데?
A. 척 하는 거야 그런 척. 근데 자신을 "어떤 사람이다" 라고 낙인 찍어버리는 거야말로 삶에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의 창을 닫아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삶의 자세는 지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Q. 굉장히 안건강할 것 같은데...매우 건강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네. 좋아, 이번엔 팬분들이 궁금해하는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봤어. 단답형으로 이야기해줬으면 해. 2집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가장 영감을 많이 받은 장소가 있다면 어디? 여유가 생긴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은? 가장 즐겨 먹은 야식은?
A. 베란다, 내방,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거리, 2년 동안 있었던 군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서울 떠나기. 가장 많이 먹은 야식은 작업하면서 맨날 먹은 맥딜리버리...
Q. 지겹지 햄버거.. 좋아요, 마지막으로 끝까지 인터뷰를 봐주신 팬 분들과 쏜애플을 처음 알게되신 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주세요.
A. 살아남으세요.
Q. 끝? 에이 정말 마지막 인사 해주시죠!
A. 살아남으세요, 인사입니다. 두 번 시키지 마시죠.

자료제공: 네오위즈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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